"나 오늘 너무 속상하다" 누군가 위로가 필요할 때


가까운 사람이 "나 오늘 너무 속상해"라고 말해올 때, 저는 종종 뭘 해야 할지 몰라서 잠깐 멈추게 됩니다. 뭔가 도움이 되는 말을 해야 할 것 같은데, 어떤 말을 해도 충분하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거죠. 마음은 간절하게 위로해 주고 싶지만 막상 무슨 말이 도움이 될지 몰라 고개만 끄덕이기도 합니다. 

아마 많은 분들이 비슷한 경험을 하셨을 겁니다. 위로하고 싶은 마음은 있는데, 어떻게 위로해야 할지를 잘 모르는 것. 사실 이건 공감 능력이 없는 게 아닙니다. 위로하는 방식을 제대로 배운 적이 없을지도 모르죠.

심리학자 Brené Brown은 공감과 동정을 구별합니다. 동정은 "나는 위에서 너를 내려다보며 안타까워하는 것"이고, 공감은 "내가 아래로 내려가 네 옆에 앉는 것"입니다. 위로는 해결이 아니라, 함께 있어주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위로가 안 되는 말들, 사실 우리가 자주 합니다.

좋은 의도로 한 말이 왜 위로가 안 될까요? 대부분은 상대방의 감정보다 문제 해결이나 긍정화에 집중하기 때문입니다. 감정은 해결되기 전에 먼저 인정받아야 합니다. 인정받지 못한 감정은 오히려 더 오래갑니다.

그럴 수도 있지
감정을 가볍게 만듭니다. 상대는 "내가 이걸로 힘들면 안 되나?"라고 느낄 수 있습니다.
너보다 힘든 사람도 많아
비교는 위로가 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내 고통은 작은 것이구나"라는 자책으로 이어집니다.
긍정적으로 생각해
지금 그게 안 되니까 힘든 겁니다. 조언보다 공감이 먼저여야 합니다.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져
틀린 말은 아니지만, 지금 이 순간의 고통을 외면하는 말처럼 들릴 수 있습니다.
네가 잘못한 건 아니야?
아직 원인 분석은 필요 없습니다. 지금은 그냥 들어줄 때입니다.
그럼 뭐라고 해야 할까?

정답 같은 말은 없습니다. 하지만 위로가 되는 말들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상대방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입니다. 해결해주려 하지 않고, 판단하지 않고, 그냥 옆에 있어주는 것이죠.

01
"많이 힘들었겠다"
단 다섯 글자지만, 이 말이 가진 힘은 큽니다. 상대의 감정을 부정하지 않고, 그 크기를 인정해주는 말입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감정 타당화(emotional validation)'라고 부릅니다. 위로의 시작은 언제나 여기서 입니다.
02
"얘기해줘서 고마워"
속상한 걸 꺼내는 것도 용기가 필요합니다. 말해줬다는 것 자체에 감사를 표현하면, 상대는 "이 사람 앞에서는 약한 모습을 보여도 괜찮겠다"는 안도감을 느낍니다.
03
"더 얘기하고 싶으면 들을게"
억지로 다 꺼내게 하지 않아도 됩니다. 공간을 열어두는 것, 언제든 올 수 있는 자리가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말입니다. 위로는 한 번의 대화로 끝나는 게 아닙니다.
04
"지금 뭐가 제일 필요해?"
어떤 사람은 실컷 들어주길 원하고, 어떤 사람은 같이 밥이나 먹자는 말이 더 필요합니다. 내가 추측해서 해주는 것보다, 직접 물어보는 게 훨씬 정확하고 따뜻할 수 있습니다.
05
그냥 옆에 있어주기
말이 필요 없을 때도 있습니다. "뭐라고 해줘야 하지"라는 부담 없이, 그냥 조용히 곁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경우가 많습니다. 침묵이 어색하게 느껴지는 건 우리지, 상대방은 그 침묵에서 안도를 느낄 수도 있습니다.
위로는 상대의 고통을 없애주는 게 아닙니다.
그 고통을 혼자 견디지 않아도 된다는 걸 느끼게 해주는 것입니다.
위로받는 사람도 알면 좋은 것들

위로를 받는 쪽도 마음가짐이 중요합니다. 상대가 완벽한 말을 해주길 기대하면 대부분 실망하게 됩니다. 사람들은 대부분 위로하는 방법을 잘 모르고, 서툰 말 뒤에도 진심이 있을 수 있습니다.

뭘 원하는지 먼저 생각해보세요. 그냥 들어주길 원하는 건지, 조언을 원하는 건지, 같이 있어주길 원하는 건지. 그걸 상대에게 말해주면 훨씬 편해집니다.
서툰 위로도 위로입니다. "그럴 수도 있지"라는 말도, 사실 어떻게 해줘야 할지 몰라서 나온 말일 수 있습니다. 의도를 먼저 봐주세요.
모든 감정은 유통기한이 있습니다. 지금 이 감정이 영원히 계속될 것 같아도, 그렇지 않습니다. 감정은 파도처럼 왔다가 갑니다. 지금은 그냥 파도 위에 있는 것뿐입니다.
도움을 요청하는 것은 약함이 아닙니다. 힘들다고 말하는 것, 위로받고 싶다고 표현하는 것 자체가 스스로를 돌보는 방식입니다.
혼자 감당하기 너무 힘들다면

주변에 털어놓을 사람이 없거나, 속상한 감정이 너무 오래 지속된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 심리상담은 특별히 아픈 사람이 가는 곳이 아닙니다. 지금 내가 느끼는 것을 제대로 들어줄 사람이 필요할 때, 가면 되는 곳입니다.

"나 오늘 너무 속상하다"는 말을 꺼낸다는 건, 그 사람이 나를 믿는다는 신호입니다. 완벽한 위로를 해주지 않아도 됩니다. 그냥 그 말을 가볍게 넘기지 않는 것, 잠깐 멈추고 "많이 힘들었겠다"라고 말해주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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